본문 바로가기
독서기록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 "글쓰기의 기본은 독자를 배려하는 것" (끝)

by 뿜빠 2020. 12. 21.

유시민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6. 글쓰기도 면역력이 있어야 잘할 수 있다. 우리는 못난 말과 글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산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책을 많이 읽을수록 문장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반면 면역력이 센 사람은 글이 엉망인 책을 읽어도 거기에 물들지 않고 좋은 문장을 쓴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못난 글과 나쁜 문장에 대한 면역력이 저절로 생긴다. (p.177)

 

좋은 글, 좋은 책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좋은 책들을 소개해주는 앞서 간 독서 선배들이 많다. 그 분들은 이미 이전에 좋은 글과 나쁜 글을 모두 읽어가면서 좋은 글을 골라내는 능력을 얻었다. 그 능력을 토대로 나쁜 글에도 흔들리지 않는 면역력이 생겼을 것이다. 우리는 선배들이 앞서 간 시행착오들을 다시 한 번 겪을 필요가 없다. 운이 좋은 세대들이다. 그런 점에서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나쁜 글도 읽어야 좋은 글을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정 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백신을 맞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답은 무엇일까. 굳이 일부러 나쁜 글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좋은 글만 찾아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쁜 글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7. 글은 단문이 좋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고 한다.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p.199)

 

이전에 나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추가로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을 때 복문을 쓰고, 정확한 표현이 어려울 때 단문을 쓰라고 추가 설명한다. 나는 앞 부분만 기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되도록이면 단문으로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무언가 강조가 필요할 때에 한해서만 복문을 써라.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단문으로 잘 쓰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돌아보게 된다. 바로 적용 가능한 꿀팁이어서 매우 유용하다.


8. (예문 제시 후) 이 짧은 글에 '부분'을 무려 다섯 번이나 썼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그 많은 '부분'을 어떤 단어로 대체하면 좋을지 생각한다. 그 자리에 딱 맞는 단어 대신 '거시기'나 '부분'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아는 어휘가 적어서 그런 것이다. 딱 맞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면 아무 데나 넣어도 대충 뜻이 통할 것 같은 단어라도 넣어야 한다. 어휘를 많이 알아도 정확한 언어로 생각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p.208)

 

회사에서 보고용 자료를 만들 때에나, 작게는 여기 나만의 공간에서 글을 쓸 때에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많다. 내가 정확히 원하는 의미나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단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그 단어가 생각날 듯, 생각날 듯, 생각나지 않는다. 자꾸 겉을 맴돌다 결국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를 선택해서 억지로 넣는다. 그 단어를 넣은 상태로 문장을 읽어보면, 그 단어가 어색하게 자리 잡고 민망해서 웃고 있는 것만 같아 그 문장과 그 단어 모두에게 미안해진다.

 

어휘의 정확한 사용은 그 글의 논리성을 높인다. 독자에게 논리적이고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어휘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9.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이다. 문자로 쓰지 않은 것은 아직 자기의 사상이 아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아직은 논리가 아니다. 글로 표현해야 비로소 자기의 사상과 논리가 된다. (p.230)

 

길을 가다가 어떤 주제에 대해 대단히 멋진 말을 생각해낼 때가 있다. 그럼 나에게 심취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며 우쭐대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글로 옮기려고 하다보면 형편 없는 수준의 글이 된다. 정확히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라야 진짜 내가 생각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글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이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10.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문용어나 이론을 끌어올 때는 문맥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으로 설명을 붙여야 한다. 읽기가 힘들고 이해하기가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독자가 공감할 수 없다. (p.244)

 

이 책의 마지막 기록이다. 이 마지막 기록이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핵심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내 지식에 갇혀 읽는 사람들의 수준을 파악하려고 하지 않는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어린 아이에게 설명해준다고 생각하고, 어려운 개념도 쉬운 단어로, 쉬운 예시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대단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특정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설명이 더 어렵다. 작가는 읽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좋은 책이라도 공감을 받을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좋은 책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난 멋있어. 이런 글은 나 밖에 못 쓸거야.'에 사로잡힌 글은 읽기가 싫어진다. 글이란 결국엔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글이 아니다. 그저 문자의 나열이다.

반응형

댓글